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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제로 웨이스트 입문

by 95Lab 2025. 10. 11.

제로 웨이스트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나랑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유리병을 모으고, 천 가방만 들고 다니며, 쓰레기를 완벽하게 분리하는 사람들.
그런 삶은 너무 깔끔하고 멋져 보이지만, 현실의 나는 늘 급하게 살았죠.
아침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출근하고, 인터넷 쇼핑으로 박스를 쌓아놓고,
일회용 물티슈로 책상을 닦으며 ‘오늘도 어쩔 수 없었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주말 청소를 하다 쓰레기봉투를 들었을 때 문득 멈칫했습니다.
겨우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쓰레기봉투는 이미 가득 차 있었습니다.
포장 비닐, 택배 상자, 일회용 컵, 음식물 포장지…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나는 쓰레기를 버리는 게 아니라, 쓰레기를 계속 사들이고 있었구나.’

그날 이후 저는 아주 작은 결심을 했습니다.
‘하루에 하나만 거절해보자.’
그게 제 제로 웨이스트의 시작이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

1단계: 거절(Refuse) — 불필요한 것과의 첫 작별

쓰레기를 줄이는 여정의 첫걸음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새로운 걸 사는 대신, **‘받지 않는 것’**에서 시작하죠.

처음에는 어색했습니다.
카페에서 일회용 컵 뚜껑을 거절할 때, 점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거든요.
하지만 그 작은 행동 하나가 생각보다 큰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매일 버려지던 뚜껑이 사라지자, 주 1회 채우던 재활용통이 2주에 한 번으로 줄었죠.

그 뒤로는 택배 주문 시 ‘포장 최소화 요청’ 문구를 꼭 남겼습니다.
“에어캡 없이 보내주세요.”
“박스 포장 대신 종이 완충재로 부탁드립니다.”
처음에는 괜히 번거로워 보였지만, 몇 번 반복하자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업체 대부분은 그 요청을 존중해주었어요.

그렇게 ‘받지 않기’를 연습하다 보니, 집 안의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새 물건이 덜 들어오니, 정리도 덜 필요해졌고, 마음도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거절은 단순히 물건을 막는 게 아니라, 내 공간의 질서를 지키는 시작점이었습니다. 

 

2단계: 줄이기(Reduce) — ‘양’을 줄이면 생활이 단순해진다

거절만으로 막을 수 없는 것들이 있죠.
그럴 땐 ‘덜 쓰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세제를 리필용 대용량으로 바꾸었고,
주방에서 물티슈 대신 행주를 사용했습니다.
하루 종일 손 닦을 때마다 쓰던 티슈도 손수건 하나로 충분했어요.

이 과정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만들기 위해,
저는 노트 한쪽에 ‘대체 가능한 항목 리스트’를 적었습니다.

  • 비닐봉투 → 장바구니
  • 물티슈 → 행주
  • 페트병 생수 → 정수기 물
  • 주방세제 → 리필스테이션

이렇게 하나씩 바꾸다 보니, ‘줄이기’는 절약이 아니라 선택의 단순화였습니다.
필요한 물건의 범위가 좁아지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거든요.
쓰레기통을 비우는 시간도 줄었고, 주방 수납장도 깔끔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없어도 되는 루틴’을 찾아내는 일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퇴근 후 무심코 편의점에 들러 물 한 병을 사곤 했는데,
이젠 텀블러를 가방에 넣어두니 그 습관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그건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낭비 없는 루틴’의 발견이었죠.

 

 

3단계: 재사용(Reuse) — 한 번 더 쓰는 기술

버리려다 손이 멈춘 적이 있나요?
그게 바로 ‘재사용’의 시작이었습니다.

예전의 저는 유리병이 쌓이면 귀찮아서 한꺼번에 버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커피 원두를 담을 용기가 필요해졌을 때
그 병들이 제 눈앞에 줄줄이 서 있던 거예요.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건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이었구나.”

그때부터 유리병은 곡물·소금·커피 등을 담는 보관용기로 변했습니다.
택배 상자는 분리수거 대신 이웃에게 나눔용 상자로 썼습니다.
심지어 낡은 천 가방도 잘라서 걸레로 만들었죠.

이렇게 ‘한 번 더 쓰기’를 실천하자, 버려지는 양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놀라운 건, 재활용보다 재사용이 훨씬 에너지 효율적이라는 점입니다.
새로 만드는 과정이 없으니까요.

게다가, 재사용을 하다 보면 ‘물건과의 관계’가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쓰고 버리면 끝이었지만,
지금은 물건 하나하나가 나와 함께 ‘순환’하는 느낌입니다.
그건 환경을 위한 행동이면서도, 동시에 나를 위한 마음챙김이었습니다. 

 

이렇게 세 단계를 거치자,
집 안 풍경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주방의 비닐봉투가 사라지고, 냉장고 안의 불필요한 포장이 줄었죠.
쓰레기봉투가 가벼워질수록, 마음도 같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습니다.
제로 웨이스트는 ‘환경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삶을 단순하게 정돈하는 기술’이었습니다.

 

4단계: 리필(Refill) — 소비의 흐름을 되돌리다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고 한 달쯤 지났을 때,
가장 큰 변화를 만든 건 ‘리필’이었습니다.

세제나 샴푸처럼 늘 쓰는 물건들은
결국 포장재 쓰레기의 주범이었어요.
하지만 리필스테이션을 알게 된 뒤로,
저는 그 흐름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습니다.

처음 방문한 리필샵은 생각보다 소박했습니다.
통 속에 세제, 주방세제, 샴푸, 린스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각자 용기를 들고 와 필요한 만큼만 담아가는 구조였죠.
그 단순한 시스템이 얼마나 혁신적인지,
그날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무심코 “이게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리필을 하고 돌아오는 길엔 묘한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불필요한 플라스틱 포장이 사라졌다는 안도감,
내가 ‘소비자’가 아니라 ‘순환의 일부’가 되었다는 실감이랄까요.

그 뒤로는 한 달에 한 번 리필샵을 들르는 것이 루틴이 되었습니다.
용기는 깨끗이 씻어 말리고, 세제를 가득 채워 돌아오면
그 행동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단정해졌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플라스틱 쓰레기 양이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리필은 단순한 ‘구매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순환 구조를 되돌리는 전환점이었습니다.

 

5단계: 분리배출(Recycle) — 버림의 기술을 익히다

우리는 흔히 ‘분리배출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로 웨이스트를 해보면 알게 됩니다.
이건 ‘마지막 수단’이지, ‘해결책’이 아니란 걸요.

재활용이 아무리 잘 돼도,
처음 만들어질 때의 에너지 소모와 오염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분리배출은 ‘끝’이 아니라 ‘관리의 시작’입니다.

저는 매주 금요일을 ‘분리배출 점검 날’로 정했습니다.
버리기보다는 ‘살피는 시간’으로요.
플라스틱은 이물질을 제거하고 라벨을 뗀 뒤 버렸고,
종이는 코팅 여부를 확인해 따로 분류했습니다.

이 과정이 단순한 청소를 넘어
‘무엇을 얼마나 소비하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일주일치 쓰레기를 모아놓고 보면,
나의 소비 습관이 고스란히 드러나거든요.
어떤 브랜드를 자주 쓰는지, 어떤 포장이 가장 많았는지.
그건 일종의 ‘나의 소비 보고서’였습니다.

분리배출을 단순히 귀찮은 의무로 보지 않고,
내 삶의 투명도를 점검하는 일로 바꾸자
그 행위 자체가 훨씬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6단계: 공유(Share) — 함께할 때 지속된다

혼자 하면 쉽게 지칩니다.
제로 웨이스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엔 저도 가족이나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게 조심스러웠어요.
‘괜히 불편하게 느끼지 않을까?’
하지만 어느 날, 동료와 점심을 먹다 우연히 이야기하게 됐습니다.
그 친구도 일회용컵을 줄이려고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는 거예요.
그 한마디가 너무 반가워서, 우리는 즉흥적으로 ‘제로 웨이스트 챌린지’를 만들었습니다.

주제는 단순했습니다.
“이번 주엔 무엇을 거절했나?”
매주 월요일마다 서로의 ‘작은 실천’을 공유했습니다.
누군가는 카페 빨대를 거절했고,
누군가는 택배 주문을 한 번 미뤘다고 했죠.
그런 대화들이 오갈수록, 혼자 하는 실천이 ‘우리의 문화’가 되어갔습니다.

SNS보다는 지역 커뮤니티 앱이나 리필 지도 서비스를 활용해
가까운 친환경 가게나 리필스테이션을 찾아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누군가 이미 시작한 길’에 합류하는 것만으로도
지속 가능성이 훨씬 높아집니다.

결국 제로 웨이스트는 개인의 완벽함보다,
공유된 지속성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7단계: 되돌아보기 — 불편보다 여유가 남는다

이 모든 단계를 실천한 지 7일이 지났을 때,
가장 먼저 달라진 건 쓰레기 봉투의 무게였습니다.
예전에는 3일에 한 번씩 버리던 쓰레기가
이젠 일주일이 지나도 봉투 하나로 충분했습니다.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공간의 여유였습니다.
불필요한 포장이 줄어들자, 수납장은 절반으로 비워졌고
주방과 거실이 훨씬 넓어 보였어요.

무엇보다 ‘마음의 정리’가 시작되었습니다.
버릴 게 줄어드니, 채우고 싶은 욕심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물건이 아닌 시간, 경험, 관계에 집중하게 되었죠.

제로 웨이스트는 결국 환경 운동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정돈하는 루틴이라고 느꼈습니다.
불편함이 아니라 ‘속도의 조절’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
덜 버리고, 덜 사는 대신,
더 오래 보고, 더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제로 웨이스트는 ‘비움의 기술’이 아니라 ‘순환의 미학’이었습니다.

 

마무리 — 작게 시작해, 오래 가는 방식으로

지금도 저는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 실천자는 아닙니다.
가끔은 급하게 일회용 컵을 쓸 때도 있고,
분리배출 기준이 헷갈릴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습관’입니다.

거절 → 줄이기 → 재사용 → 리필 → 분리배출 → 공유 → 되돌아보기.
이 순서를 천천히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제로 웨이스트가 특별한 실천이 아닌,
생활의 기본값이 되는 날이 옵니다.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결국 나를 가볍게 만드는 일입니다.
내 공간이, 내 마음이, 내 하루가 조금 더 여유로워지는 일.
그게 바로, 제로 웨이스트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현실적인 선물입니다. 🌿